미디어 피쉬

MediaFish

(* 이 글은 2014 ICCCI 국제 학회에서 발표한 내용을 한국어로 번역한 것입니다.)

 

저는 미학 비평에 대한 진중권 교수의 칼럼을 읽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다음과 같은 내용을 보게 되었습니다.

“비평에는 크게 세 가지 요건이 필요하다. 첫째, 작품의 특성에 관한 기술(description)을 담아야 하고, 둘째, 작품의 미적 가치에 대한 평가(evaluation)를 포함해야 한다. 그리고 비평문 자체도 문학적 형식을 갖추어야 한다. 즉, 비평은 작품에 기생하는 것이 아니다. 작품 제작의 방법론과도 크게 상관이 없다. 비평은 제 3의 문학을 만드는 창조적 활동이다. 의미는 작품의 객관적 속성이 아니다. 의미는 비평을 통해 비로소 생산되는 것이다. 작품의 의미는 비평을 통해 다양하게 전개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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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게임도 미학적 비평을 할 수 있는가? 에 대한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물론 게임도 스토리가 있으니 기존의 문학 작품처럼 비평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걸로는 모자랐습니다.

현재 게임의 스토리텔링은 배경 스토리나 퀘스트를 만들어 넣는 정도로 취급받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은 게임에 대한 인식도 좋지 않으며, 게임을 예술로 받아들이려는 학계의 논의 역시 한정된 감이 있습니다. 그리고 평론가도 게임을 미학으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다음과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게임의 스토리텔링을 비평할 좀 더 적합한 이론이 없을까? 좀 더 게임 특유의 공간적 서사를 반영하고, 좀 더 디자인적인 관점도 함께 반영할 수 없을까?”

저는 그 해답이, 어쩌면 건축 비평에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현대 건축의 논점은 디지털적 사고와 상당히 유사하기 때문입니다. 건축 분야는 공간 디자인적 관점과, 공간과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생각 등, 이미 많은 이론을 쌓아두고 있는 분야입니다.

 

난 다음 주제에 대해서 말할 것입니다.

  1. 첫째, 디지털 미디어의 공간성을 고찰한다.
  2. 둘째, 디지털미디어의 공간은 현대 건축에서 인식하는 공간과 비슷하다. 공간은 유저의 참여로 구성된다.
  3. 셋째, 현대 건축에서의 공간은 유저가 보는 시퀀셜한 Scene로 해석된다. 이는 게임에서의 실시간 렌더링이라는 기술로구현되고있다. 이것이 게임 스토리텔링의 중요한 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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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이전에는 공간과 경험자는 동떨어져 있었습니다. 공간은 절대불변의 것으로 인간이 경험을 하던 하지 않던 변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현대에 들어와서, 아직 경험하지 못한 공간은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다고 여겨집니다. 즉 공간은 가변적이고 상대적인 개념으로 변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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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맥락으로 현대 건축에서는, 건축이 텍스트라는 개념이 되었고, 이 텍스트를 읽는 행위로서 신체의 참여가 중요해졌습니다. 이저는 “궁극적으로 문학 작품은 독자의 독서 행위를 통해서 완성된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길성호는 텍스트로서의 건축이 신체 참여 가능성을 열어놓았다고 말합니다. 건축은 신체를 통해 읽혀지고 수용되어 왔다는 것입니다. 이 점에서 신체는 건축과 의미가 만나는 미디어가 됩니다. 후랭클과 라스무센도 ‘건축공간과 신체의 움직임의 관계가 만들어내는 공간 이미지가 건축 공간 해석의 중요한 도구’라고 말합니다.

http://www.archiscene.net/location/usa/phoenix-observation-tower-big/[이미지 출처 : http://www.archiscene.net/location/usa/phoenix-observation-tower-big]

건축 공간을 이해하는 일은 내부 공간을 걸어 다니거나 건물의 외부를 이동하며 관찰할 `때 발생하는 일련의 이미지들이 하나의 이미지로 통합되는 과정으로 간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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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MA CHENGDU MUSEUM]

우리는 절대 이런 조감도를 볼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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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MA CHENGDU MUSEUM]

실제로는 이런 시퀀셜한 장면들을 머릿속에서 조립하여 건축의 이미지를 완성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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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건축에서 인식하는 공간에 개념은 디지털 미디어의 속성과 유사합니다. 재닛 머레이에 따르면, 디지털 미디어는 책이나 필름영화처럼 시간의 흐름을 따르는 선형적인 미디어가 아니며, 그 자체로 공간성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재닛 머레이는,

“디지털 환경은 항해 가능한 공간을 재현하는 자체의 힘에 의해 그 특성이 규정되며, 여기에서 공간적 특질은 컴퓨터의 그래픽 능력과는 무관한 상호 참여적인 항해 과정에 의해 창조된다”

고 언급합니다. 이어서 마틴 젤은 가상세계는 몸과 관련해서만 의미화 될 수 있다고 이야기 합니다. 그는 가상세계는 좁은 의미에서 기계적으로 산출된 공간 상태이며, 이 공간 상태에서는 관찰자의 신체적인 운동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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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http://www.mas-studio.com/category/work/installations]

 

물론 실제 세계도 경험해야 알 수 있지만, 근대적 공간개념으로 보자면 근대적 공간이란, 내가 경험하지 않아도, 몰라도 존재하는 공간입니다.

이에 반대하는 현대의 공간 개념은, 공간의 의미란 신체의 참여가 전제되어야 발생하는 것입니다. 즉 움직임이 없으면 공간도 없으며, 공간은 움직임으로 인식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사용자 중심으로 바뀐 공간 개념은 건축 등에서 인간 중심의 설계로 나타납니다.

 

여기 한국의 유명한 시가 있습니다.

김춘수의 꽃입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香氣)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안도 다다오

[이미지 출처 : https://en.wikipedia.org/wiki/Church_of_the_Light]

또 다른 좋은 예가 있습니다. 안도 다다오의 빛의 교회는 사람이 입장하여 좁고 답답한 통로를 걷다가 마지막에 빛으로 만들어진 십자가가 있는 방에 도착하도록 연출되어 있습니다. 즉, 사람이 걸으면서 마주치게 되는 장면들을 시퀀셜하게 연출한 것입니다.

이인간이 신체를 통해 경험하는 일련의 이미지, 즉 장면들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공간 개념을 장면성(scene)이라고 합니다.

장면성은, 절대로 근대가 건축에 대해서 바라보았던 독립된 관찰 주체로서의 우위적 시각, 즉 부감샷으로 한 번에 내려다보고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archtecture_game9[이미지 출처 : https://www.pinterest.com/inwhatworld/500-days-of-summer/]

즉, ‘인간의 움직임이 만들어내는 복잡한 궤적이 곧 공간’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러한 공간은 실제로 체험하면서 구성되는, 장면성으로서의 공간이 됩니다.

 

실시간 렌더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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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미디어, 즉 가상세계의 공간은 더더욱 이러한 현대적 공간 개념을 지지합니다.

실제로 가상세계에서의 공간이란, 사용자가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는 한 구현되지 않습니다. 모든 공간은 0과 1로 실체가 없는 상태로 잠재되어 있으며, 사용자가 개입하는 매순간 새로운 시점으로 비추어질 공간을 실시간으로 렌더링해서 보여 주게 됩니다. 즉 말 그대로 공간이 사용자의 참여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모든 것은 사용자의 참여를 통해 실시간으로, 상호작용적으로 존재하게 됩니다.

이것이 게임 기술의 가장 기본적 요소인 실시간 렌더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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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실시간 렌더링은 곧 공간의 장면성을 만들고, 그것이 게임 공간 스토리텔링의 핵심적 성격이 됩니다.

따라서 게임의 스토리텔링을 분석할 때, 공간의 장면성이 어떻게 스토리를 전달하고 있는지, 어떻게 공간을 인식시키는지를 분석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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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게임은 유저의 참여와 조작에 의해 내용과 진행이 바뀌는 가장 분명한 텍스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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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우리는 이미 비디오 게임 속의 공간 스토리텔링에 대해서 논의했습니다.

게임은 공간 자체에 스토리를 심어놓는 공간 스토리텔링 콘텐츠입니다. 게임 스토리텔링은 사용자가 세계를 탐험하면서 직접 만들어나가는 것입니다. 생산자가 의도해서 구축하는 서사는 게임의 배경스토리, 설정, 세계관을 포함하는 것으로 이것은 게임 세계를 탐험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의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공간을 탐험한다는 것은 곧 스토리를 경험하고 있다는 말과 같습니다.

 

 

또한 공간 스토리텔링은 그저 공간에 서사를 심어놓은 것이 다가 아닙니다.

오히려 공간을 디자인하는 방식에 가깝습니다. 다음 게임을 봅시다.

 

위는 ‘페즈’라는 퍼즐 어드벤처 게임입니다. 이 퍼즐은 뷰를 바꿔가며 풀어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이 게임은 2D로 보이지만, 사용자가 자유롭게 앵글을 바꿔 볼 수 있습니다.

옆면이나 뒷면을 보고 싶으면 뷰를 돌려보는 것이지요. 한 면에서만 볼 때는 실마리가 없다가도, 돌려보면 실마리가 나오기도 합니다.

 

위 퍼즐 어드벤처 게임의 제목은 ‘더 브릿지’입니다. 키보드의 W,A,S,D 의 키로 유저의 아바타를 움직입니다. 좌우 화살표키로는 게임 월드를 이리저리 기울일 수 있습니다. 즉, 전체  공간 자체가 퍼즐로 디자인되어 있는 것입니다. 유저는 세계를 기울임으로써 퍼즐을 풀 수 있습니다.

 

한 길로 가는 이야기

이제 저는 많은 3D 게임에 대해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것들은 넓은 3D 세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3D 세계란 곳은 필수적으로 가야할 길을 잃어버릴 수도 있고, 아무데나 헤매고 다닐 수도 있게 되어 있지만, 플레이어는 언제나 바른 길을 알아냅니다. 이것은 매우 놀라운 일입니다. 플레이어는 비록 길을 못 찾아서 헤매기는 하지만, 자신이 길을 잃어버렸을 때와, 바른 길을 찾아가고 있을 때를 구분할 줄 압니다. 처음 가보는 장소라도 마찬가지죠. 길을 잘 찾으면, 스토리를 잘 풀어가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유저는 게임의 환경에 배치되어 있는 사소한 이질감을 찾아내어 퍼즐을 해결하고 스토리를 진행합니다. 빛이 켜진 곳, 혼자 좀 더 빛나는 것, 배경에 비해 좀 더 또렷이 보이는 것 등이 게임 개발자들이 유도한 차이점이죠.

이런 게임들은 대체로 1인칭 카메라로 보이는 씬으로 스토리를 전달합니다. 특히, 한 방향으로만 진행되도록 구성된 많은 게임들이 장면을 위한 공간을 이용합니다.

 

위 호러 어드벤처 게임은 “Among the Sleep”입니다. 한 아기가 부모가 잘 동안 밤에 집 안을 탐험하는 내용이죠. 기본적으로 카메라는 아기의 시선과 같게 설치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카메라 앵글은 항상 로우 앵글이고, 사람들은 좀 더 실감나는 공포를 느낍니다.

그리고 이것

Cyberith Virtualizer + Oculus Rift + Wii Mote

때때로 사람들은 게임 스토리에 좀 더 몰입하고 싶어합니다. 위는 그 유명한 ‘스카이림’을 버추얼라이저와 오큘러스 리프트, 위모트로 즐기고 있는 모습입니다. 게임의 공간이란, 인간의 경험을 통해 만들어진 장면의 집함임을 보여주는 예입니다.

이 사람은 진심으로 즐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