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벨


한 여성분이 어릴 때 겪은 일화라고 합니다.

꼬마 시절의 그 여성분은(편의상 소녀로 부르겠습니다), 엄마와 함께 어두운 밤길을 걸어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개발이 덜 된 동네라, 마을로 들어오기까지의 길에는 가로등도 드물어서 어둡고 으슥했다고 하네요.

도로 주변은 논밭이 펼쳐져 있고 그 가운데 간간히 농가가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이상하게 계속 비어 있는 폐가가 있었대요.

사람이 안 사는 것만으로도 그렇게 집이 으스스해진다는 것이 이상할 정도여서, 어른이 된 이후에도 생생히 그 분위기가 뇌리에 남을 정도였지요.

소녀는 엄마 손을 잡고 마침 그 문제의 폐가 앞을 지나가는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엄마가 소리를 지르면서 폐가를 향해 달려가기 시작하더랍니다.

엄마 손을 놓친 소녀는 “엄마 왜 그래? 왜 그래?” 하며 쫓아갔죠.

엄마는 계속 비명을 지르며 폐가까지 달려가더니, 낮은 담장 너머로 얼굴을 집어넣고는 마당을 내려다보며 괴성을 질러댔습니다.

소녀는 엄마 손을 잡아 당기며 집에 가자고 울어댔죠.

하지만 엄마는 아랑곳하지 않고 고개를 숙인 채로 마당을 향해 괴성만 지를 뿐이었습니다.

잠시 후 엄마는 뒤로 넘어지듯 물러나더니, 아무 말도 하고 않고 하얗게 질린 채로 소녀의 손을 잡고 도망치듯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나중에 그 폐가에 대해서 알게 된 사실인데, 일가족이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는군요.

말이 자살이지, 실제론 부모가 자식들을 살해하고 자신들도 농약을 먹고 죽은 사건이라고 합니다.

여튼 집에 돌아온 소녀의 엄마는 한동안 그 사건에 대해서 절대 말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소녀는 그때 엄마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들을 수 있었죠.

길을 걸어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담장 안에서 하얀 손이 뱀처럼 뻗어져 나오더니,

엄마의 머리채를 잡고 와락 끌어 당기더랍니다.

소녀가 울음을 터뜨리며 엄마에게 매달리자, 그제야 놔준 거였다고 하네요.

<끝>

출판사 ‘북스피어’ 블로그에서 ‘언젠가 들었던 오싹한 이야기’로 공모했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