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타키타니(Tony Takitani 2004)

괴벨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토니 타키타니'(단편집 ‘렉싱턴의 유령’ 中)를 영화화 한 작품입니다. 하루키 소설이 영화화 된 것은 이것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음악은 그 유명한 사카모토 류이치가 맡았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책을 그렇게 찾아 읽는 편은 아니라서 하루키 소설이 주는 이미지와 어떤 차이가 있는 지는 잘 알 수 없었습니다만, 이 영화는 아주 좋았습니다.


그럼 스토리를 요약해 보겠습니다. 스포일러 그 자체이니, 싫으신 분들은 주의해주세요.

토니는 익숙하지 않은 영어 이름을 가지게 된 것에서부터 타인과의 소통일 불리했던 것만큼, 어릴 적부터 자신의 세계에 갖혀 살았습니다. 게다가 기계덕후라(…) 꽃병을 그리라는데 잎사귀만 그린다던가 했습니다.

토니에게 고독은 태생적인 것이었습니다.

토니가 대학에 들어가 그린 인체 데생을 보고 다른 친구들은 ‘체온이 느껴지지 않아’ 라고 합니다. 그래서 어떤 그림인지 궁금했는데 영화에선 그냥 피부 질감을 금속같이 표현해 놓은 그림을 보여줍니다. 그냥 질감 표현이 잘못된 그림이네요(…)

질감표현을 잘 하고서도 체온이 느껴지지 않는 냉정한 그림이라는 느낌을 보여주기에 명확하지 않으니, 누구나 알아볼 수 있도록 영화에선 일부러 질감을 잘못 그린 그림으로 타협한 건지, 아니면 그냥 사람도 동상처럼 그린다는 단순한 뜻을 하루키라서 있어 보이게 말한 건지, 바보같게도 오래 생각했었습니다.

토니는 기계를 그리는 재능으로 일러스트레이터가 되었고, 꽤 성공합니다. 나이가 들도록 사랑조차 몰랐던 고독의 결정체였던 토니에게, 바람으로 몸을 두른 듯이 자연스럽게 옷을 걸친 여자가 등장합니다.

그녀를 통해 자신이 얼마나 고독하게 살아왔는지 비로소 깨닫게 된 토니는 그녀와 결혼합니다. 토니의 곁에 있는 여자의 모습을 아름답게 표현한 장면입니다. 이 장면이 푸르덴셜의 10억을 받았습니다가 베꼈죠.

하지만 아내는 쇼핑중독이 있었습니다. 토니는 자제해 볼 것을 권유했고, 아내 역시 참아볼 것을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그 쇼핑중독을 다스리려고 혼자 초조해하다가 아내는 죽고, 토니는 혼자 남습니다.

토니는 채용광고를 내, 아내와 사이즈가 같은 여자를 찾습니다. 그리고 여자에게 앞으로 사무실에서 일할 동안 아내가 남긴 옷을 입어달라고 요구합니다. 옷방에서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는 여자. ‘아름다운 옷을 이렇게 많이 보는 것은 처음이라서, 머리가 어떻게 됐나 봐요.’

토니는 마음을 바꿔 여자를 돌려보냅니다.

아내의 옷을 다 팔아버리자, 방랑벽이 있던 데다 토니라는 이름을 지어주어 어린 시절 토니를 외롭게 했던 재즈 뮤지션인 아버지가 레코드만 잔뜩 남기고 죽습니다. 토니는 이것도 모두 팔아버립니다.

토니는 정말로 외톨이가 됩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는 종이 한 장 차이밖에 없던 감옥에서의 아버지처럼 고독해진 텅 빈 방의 토니.

토니는 문득, 몇 년 전, 자신의 방에서 울고 갔던 여자가 떠오릅니다.


대략 이런 스토리입니다. 좋았어요.

끈질기게 울려대는 조용한  피아노 선율과 어우러져, 별로 좋아하지 않던 세련된 표현들이 막상 영화서 보니까 아무렇지도 않았습니다. 효과음을 일부러 크게 들려준 것 처럼, 책장 넘기는 소리, 물 소리, 바람소리, 책장 넘기는 소리, 낙엽 밟는 소리, 이런 부류의 소리들을 아주 대놓고 강조를 하는 데도 진부하단 느낌이 안 들고 좋았습니다.

전 세피아 톤에 영어로 된 책장과 단풍잎에 햇살 쬐는 듯한 소리가 나는 듯한 그런 영상의 지루함과 안일함과 세련됨과 평화로움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인데도요.

조용한 나레이션 성우의 목소리와 옆으로 책 넘기듯 넘어가는 트랙킹 기법의 화면, 구두신은 여성의 아름다운 걷는 모양, 물 떨어지는 소리, 수평 수직 구도에서 혼자만 천천히 움직이는 여배우의 날리는 머리카락, 평소라면 뻔한 장치라고 느꼈을 모든 장면이 멋있었습니다. 내러티브와 음악 사운드, 영상 연출 편집, 연기 그외 모든 것이 완벽했고, 스토리 자체에도 감탄했습니다. 어쩌면 제가 영화를 좀 더 편하게 좋아한 것이, 글보다 영상을 더 좋아해서 그런지도 모르겠어요.

조용한 영화를 찾는 새벽에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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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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